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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한라산의 사계

어승생악에서






이틀 동안, 즉 어제와 그제 한라산 윗세오름에 강풍을 동반한 눈이 74cm 내렸다.

어제 한라산 홈에는 모든 탐방로가 오늘까지 통제되었고 경찰청 홈에도 5.16 도로와

1100도로에 차량이 통제되어 내일이나 산행할까 했었는데, 아침 9시경에 보니 돈내코 코스만

빼고 나머지 탐방로와 산간도로가 정상이다.

일요일이어서 새벽녘에 출발하지 않으면 주차장이 만차 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늦게 눈을 뜬 데다 자동차 타이어에 나사못이 박혀 공기압이 조금 빠져있었다.

산행은 글렀고 일몰 즈음에 어승생악에 오르기로 했다.

 

카센터가 휴무지만 혹시나 해서 연락했더니 사장님이 출근해서 수리해주신다고 하여

다녀오고, 3시가 거의 되어 집을 나서서 제1산록도로 탔는데 1100도로 만나는 어승생 저수지

근처에 썰매 타려고 나온 행락객들의 차들이 도로 양쪽에 주차해서

거의 10분 동안 정체되었다.

또 어리목 입구에서 500미터 정도 거리의 도로에도 탐방객들의 차량이 즐비하다.

대설경보가 해제되고 날씨도 풀리고 구름 가운데 해를 볼 수 있어서 산행하기엔 나쁘지 않다.

다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지는 산에 가봐야 알겠지.

 

러셀 된 어승생악의 탐방로를 신설 밟으며 걷는 것도 기분이 괜찮았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니 사제비 동산 위쪽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화구벽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작가 세 분이 촬영 중이었고 나도 70-200 렌즈를 장착하여 바다 쪽의 오름 군을

찍으면서 연신 화구벽을 바라보았지만 구름이 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걷힐 것 같지 않다.

할 수 없지, 오름이라도 찍어야지 하면서 셔터를 누르는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아는 체하신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자, 지난번에 여기서 만났을 때 내게 커피를 줬고 일몰 촬영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하니 생각이 났다.

이 분은 사진 촬영도 안 하시고 눈으로만 경치를 즐기는 것 같다.

 

어제는 복수초를 보려고 북돌아진 오름에 가서 눈만 실컷 보고 꽃은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 하고 거의 빙판이 되다시피 한 길을 체인 안 채우고 조마조마하게 운전해서 다녀왔는데

오늘은 폭설이 내린 오름에 올라서 설경하고는 거의 상관없는 사진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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