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사진에 입문한 이후 주로 혼자 출사할 때인 이듬해에
35mm 니콘 FE 필름 카메라로 흰 뭉게구름이 아름다울 때의 비양도를 여러 번
촬영했었고, DSLR 카메라를 마련하고서도 걸핏하면
협재 해변과 금능 해변을 오가며 비양도를 많이 담았었는데 구도가 엇비슷하고
풍경 또한 단조로워서 그 사진이 그 사진이다.
그런데 최근 5, 6년 동안은 그때처럼 자주 비양도를 촬영하지 않다가
지난 24일에 이어 오늘도 날씨가 화창한데 마땅히 갈 데도 없어서 협재 해변과
금능 해변에 갔다.
한낮에 도착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드러난 모래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세먼지가 약하게 끼었으나 드넓은 백사장과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은
하이키의 사진을 담기에 좋아 보였다.
마치 눈길을 걷는 것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을 오가며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모살 밭 가운디서 뭣 허염수과?”
지인이 선생님과 같이 촬영 오셨단다.
얼른 도로로 나갔다.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바쁘지 않으면 일몰 촬영하자고 하신다.
저녁 무렵이 되니 해가 수평선에 닿기도 전에 검은 띠에 가려 햇빛이 약해지고
일몰 후 30분을 기다려도 나아질 거 같지 않아서 촬영을 마쳤다.
사진은 기다림의 예술이라지만 상황판단을 잘해서 이럴 때는 삼각대를 접는 게
현명한 거다.
낮과는 달리 기온마저 떨어져 춥다.
선생님을 찾아뵙거나 연락을 못 드린 지 꽤 되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가끔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농담인지 얼른 구별이 안 되는 재미있는 말씀도
하시고 맛있는 저녁도 사주셨다.
또 뭍으로 나올 때는 발목 깊이의 바닷물이 고인 곳에서 나를 업고 건너셨다.
내가 업어드려야 하는데, 운동화가 젖을까 염려되어 장화를 신은 선생님께서
기꺼이 등을 내어주신 것이다.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