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한라새우난초를 찾아 나섰다가 허탕 치고는
작년에 촬영했으니 내년에 다시 보면 될 거라 여겨 포기하고 잊으려 했는데
자꾸 생각나고 눈에 아른거려 한 번만 더 찾아보고 그래도 못 만나면
더는 미련 두지 않으려고 길을 나섰다.
햇볕도 나는 둥 마는 둥 한데다가 바람까지 잔잔해서 접사하기에 좋은 날씨다.
근처에 도착해서 평소에 거의 연락 안 하던 지인께 전화했다.
이러저러한 곳으로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었지만 몇 번 오락가락하면서
헤매다가 비슷한 곳을 찾아서 다시 전화했더니 거기가 맞다고 한다.
바람 한 점 없는 울창한 삼나무 숲길을 산책하듯이 걷는데
은은한 보리수 꽃향기는 기분이 상쾌하면서도 봄 햇살처럼 몽롱하다.
도착하니 이미 끝물이지만 그래도 촬영할 만하다.
적어도 5일 전에 왔어야 했다.
그런데 작년엔 꽃잎이 연한 적갈색이었는데 올해는 감자난초 같은 황갈색이다.
해마다 색이 변하는지, 올해만 그런지, 아니면 끝물이어서인지 모르지만
24-70과 마이크로 렌즈로 담은 후 주위를 돌아보니 다른 꽃 색깔도 비슷하다.
내년에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
젊었을 때는 한 번 갔던 길을 잊지 않았었는데 나도 이젠 나이를 먹나 보다.
자세히 알려준 지인이 고맙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