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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야생화

백서향










지인이 사진 사이트에 백서향 사진을 올렸는데 촬영 날짜를 보니 며칠 전이었다.
벌써 백서향이 피었나?
지금까지는 2월 중순과 3월에 봤었는데 기후변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곶자왈에 가고 싶어 망설이지 않고 길을 나섰다.


겨울이지만 이른 봄의 날씨처럼 포근하고 바람도 잔잔하다.
따뜻한 햇볕에 날벌레들이 날아다니고 나무가 양쪽으로 우거져 두세 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의 그리 넓지 않은 흙길을 나 혼자 걷는 기분이 참 좋다.

조금 걸어가자 떨어진 도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올려다 보니 커다랗고 싱싱한 나무가 모두 상수리나무였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이게 상수리나무인 줄 몰랐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떨어진 도토리를 보면 한두 개 줍거나 유심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몇 개 주워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얼마 안 가서 제법 큰 도토리가 보였다. 
예쁜 거로 골라서 주워 담았다.
안으로 갈수록 도토리가 지천이어서 밟지 않고는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한 움큼 넘을 정도로 수북하다.
먹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많이 주웠을까.


그런데 이 정도 걸었으면 백서향 꽃향기가 진동할 텐데 맑고 시원한 공기만
가슴 깊이 들어온다.
얼마를 더 가니 아니나 다를까 봉오리만 맺혔다.
그분은 아마 다른 데서 촬영했나 보다.
봉오리도 보고, 도토리도 한 주머니 가득하고 청정하고 운치 있는 길을 걸었으니
아쉽고 서운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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