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영실로 산행한 지 2주 만에 같은 코스를 탔다.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비가 내려 촉촉한 탐방로를 해 뜨기 전에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우리가 촬영하는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구름이 '운해처럼' 밀려왔다.
이런 풍경을 만나려고 선생님은 어제 배낭을 꾸리고 내게 연락해주신 거다.
지금 시기에 선작지왓에 촬영 꺼리는 없지만 간밤의 비에 화구벽은 무너지지 않았는지,
너른 평원이 침수되고 탐방로의 나무 데크가 유실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족은오름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하산하면서 영실에 이르니 또 구름이 운해처럼 밀려와 영실계곡을 가득 메웠다 사라진다.
탐방객 몇 분이 지나면서 한마디씩 한다.
"여기서 뭐 찍어요?"
"저분들 올라갈 때도 여기서 사진 찍더니 하산하면서도 찍네. 여기가 명소인가 봐."
"작품을 위해서 저렇게 기다리는 거야."
ㅡ "안개 기다리는 거예요?"
ㅡ "네, 십몇 년 째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