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선생님과 세 번이나 오후에 출사했다. 절물휴양림에 새우난초 촬영할 때부터 -난 한 장도 못 찍었다.- 연이틀 알뜨르 비행장의 띠를 보러 갈 때까지. 선생님이 야간에 촬영하신 천지연폭포가 멋있어서 오늘 오전에 문자 드렸더니 가자고 하셨다. 오후 4시에 선생님 댁에서 출발하여 칠십리 공원으로 향했다. 내일 비 날씨가 예보되어서인지 하늘이 잔뜩 흐려서 폭포를 촬영하기엔 괜찮은 날씨다. 더구나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목적은 야경이지만 밝았을 때부터 포인트를 찾아가며 폭포를 담기 시작했다. 7시가 넘어 조명이 켜졌는데 분홍과 노랑의 울긋불긋한 색이 아니라 형광등 같은 흰색의 불빛에 오히려 폭포 줄기가 깔끔하고 돋보였다. 폭포 위쪽의 가로등과 아파트 불빛도 사진답다. 촬영 후 폭포가 내리는 아래로 가보기로 했다. 지난번 새벽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삼각대를 접으니 9시가 되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선생님은 창밖에 보이는 새연교 야경이 좋다 시면서 조금 들뜬 목소리로 촬영하자고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뒷좌석에서 사모님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찍어!! 얼른 집에 가!"
".........."
그렇게 큰 소리로 선생님을 야단치시는 걸 처음 봤다. 촬영할 때 우리 둘은 서로 바짝 붙어 앉아서 구도와 초점 그리고 감도, 조리개, 셔터 속도 등을 주고받았지만 사모님은 혼자 심심하셨으리라. '다음에 찍자. 설마 앞으로 새연교가 통째로 없어지지는 않겠지?'라고 선생님이 너스레를 하셨지만 이렇게 꼼짝 못 하실 때도 다 있다고 생각하니 혼자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