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한라산을 바라보니 노꼬메오름 앞이 눈으로 덮였다. 복수초 생각이 나서 별반 기대하지 않고 3시에 북돌아진오름으로 출발했다. 요새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꽃들이 제법 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올 걸. 6시경 촬영을 마치고 걸어서 나오다가 손이 시려 장갑을 끼려고 보니 한쪽이 없다. 돌아가서 찾아볼까 했다가 비싼 것도 아니고 7~8년이나 써서 이젠 인연을 다하였나 보다 생각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직도 쓸만한데 버리기가 아까워 오늘 12시에 찾으러 갔다. 눈이 많이 녹았겠지만 카메라도 챙겼다. 아주머니 세 분이 부지런히 복수초를 담고 있었다. '어제 검은 장갑을 잃어버렸는데 혹시 못 보셨어요?' 했더니 못 봤다는 말을 하고 앞질러 갔다. 50m쯤 안으로 들어가니 '나뭇가지', '장갑' 이런 이야기가 들렸다. 아까 그분이 나를 보자마자 '여기 나뭇가지에 장갑이 걸렸어요. 확인해보세요.' 한다. 내 장갑이다. 탐방객이나 사진작가님이 주워서 걸어놓았을 거다. 싸구려 장갑 한쪽이지만 주인이 찾으러 오면 잘 보이게끔 한 배려의 마음이 참 고맙다.
사진 많이 촬영하셨느냐고 아주머니께 다시 말을 걸자 네~ 하고 대답하면서 어제는 예뻤느냐고 묻는다. 눈이 덜 녹아서 괜찮았다며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여드리자 '와~ (눈이 많아서) 예쁘다.' 한다. 말치레인 줄 알지만 예쁘다고 해줘서 기분 좋고 장갑 찾아서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