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사진작가'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화구벽이 장엄하고, 근사하고,
예쁘게 보이지 않아서일까.
12시에 도착하니 하늘엔 온통 구름이 덮였지만
산철쭉이 붉은 카펫처럼 깔려 있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삼각대를 세우고 구도를 설정해서 기다리는데
얼마 안 되어 푸른 하늘이 언뜻 보이면서
구름이 빠르게 이동한다.
셔터를 누르고, 기다렸다가 다시 셔터를 누르고...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과 41번.
선율에 빠져들었다.
잠시 앉아 꽃을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몰려와서 몰려가며 형체를 바꾸어 사라지고
살랑살랑 봄바람은 잠을 유혹하는데
따스한 햇볕이 꽃잎에 스며들어 눈이 부시다.
하지만 지금 여기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천상의 화원에.
1시가 조금 넘어 삼각대를 접었다.
“잘 찍고 갑니다, 또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