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과 30일에 철쭉 촬영 다녀온 후 한 번 더 가고 싶었다.
그제인 6월 5일 산행하려고 준비해서 날씨를 확인해보니 바람이 9m/s로 예보되어
취소하고, 어제 가려고 했는데 그제 보리 작업할 때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따가워서 새벽잠을 다 설쳤다.
그래서 날이 밝자 눈에 가시 내는 어르신 댁에 다녀오느라 또 못 갔다.
이제 내년을 기약하고 오늘 쉬려고 했지만 그래도 철쭉 상황이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매표관리 직원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쿠다만은 막 져부러실거라...”
만세동산에 도착하니, 붉게 수놓아 눈부시게 빛나던 철쭉이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영실코스로 올라오셨다는 사진작가님을 만났는데 거기도 촬영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남벽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이미 절정은 지났지만 포인트를 잘 설정하면 촬영할 만한 생각이 들어
삼각대를 세우고 기다리는데 잠시 후 구름이 몰려와 화구벽을 감싸고 넘실대기를 세 번.
그 때마다 바쁘게 셔터를 눌렀다.
앞으론 5월 26일에서 6월 2일 사이에 윗세오름과 만세동산 철쭉을 촬영해야 할 것 같다.
하산길에 사제비 샘물에서 목을 축이고 바가지를 헹궈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께 건네주니
생글생글 웃으며,
“아유~ 이왕이면 물을 담아서 주세요.”
“전 아무 여자에게나 물주지 않아요.”
“어허!”
난 LTE보다 빠른 속도로 물을 담아 건네주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나보다 대여섯 살 아래인 거 같은데...
조금 내려가니 젊은 부부가 평상에서 쉬고 있었다.
엄마가 한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를 안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놀아준다.
‘안녕!’하며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주니 방실방실 웃는 거였다.
그런데
내 등 뒤로 들려오는 그 엄마의 한마디에 난 다리가 후들거리며 몸이 휘청했다.
“할아버지가 안녕~ 하시네.”
탐방로를 오르내리며 가끔 숲을 찍는 장소가 있어서 도착하면 촬영하려고 생각했는데
아까 받은 충격 때문인지 포인트를 지나치고 저 아래 계곡까지 내려가 버렸다.
큰 바위가 있고 넓적한 나무가 한 그루 섞여 있어서 찾기가 쉬운 곳인데도 말이다.
안개가 짙게 깔려서 분위기 참 좋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