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밑에 핀 새우난초가 시들기 시작한다.
작년에 봤던 한라새우난초가 생각나서 남조로를 타고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봤으나 허탕 쳤다.
소로로 접어들어 목장을 지나서 갔던 거 같은데 내가 들어간 곳의 목장은 울타리를 치고
굴착기가 한창 공사 중이어서 하는 수 없이 물영아리오름으로 향했다.
올해 봄꽃은 개화 시기가 조금 늦는 거 같다.
아직 봉오리만 맺힌 개체도 많이 보여서 만개한 군락을 찾아 촬영했다.
3-4부 능선까지 오르고 ‘두 번이나 길 잃었었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돌아 나오는데 정말 길을 잃었다.
조금 내려오니 자동차가 다녔던 흔적이 보이는 넓은 길이 가로놓였고 그 길 따라 서쪽으로 쭉 걸어서
정자가 있는 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물영아리오름엔 홀 어멍 귀신이 있어 나를 유혹하는지 걸핏하면 길을 잃고 헤매니 어디 무서워서
혼자 갈 수 있겠나.
하긴 선생님과 같이 갔을 때도 두 번이나 길 잃었으니 처녀 귀신이나 홀 어멍 귀신이 사는 게 분명하다.
생사람은 유혹하지 않고 귀신이 덤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