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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섬과 바다

수원해변에서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섭지코지의 무릇을 촬영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가고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어제 수원리 포구에서 촬영했던 등대가 보고 싶어서 급히 길을 나섰다. 포구 안에 주차해서 카메라 꺼내고 삼각대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누가 가져갔나?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 카메라 챙기고 난 후에 삼각대를 접었던 기억이 없다. 자동차 옆에 세워두고 그냥 집에 간 거다. 아이고 세상에 이런 정신머리하고는! 누가 들으면 노망났다고 할 게 분명하다.


선생님께 물려받은 건데 백만 원 넘게 주고 쓰시던 걸 내게 주시면서 조금 쓰고 버리라고 하셨는데 유명 브랜드여서 오만 원 주고 수리하고서 십 년 가까이 잘 썼지만 이젠 나와 인연을 다 하였나 보다. 할 수 없지, 새로 사는 수밖에. 적어도 오십만 원은 줘야 할 텐데... 지난 8월 20일에 낙뢰로 컴의 CPU가 망가져서 9월 3일에 성능 좋은 조립식 PC로 바꾸면서 백만 원 넘게 쓰고, 메리디안 디렉터 DAC가 컴 벼락 맞을 때 과전류가 흘렀는지 FLAC파일이 재생되지 않아 수입원에 물어보니 거의 새 상품과 맞먹을 정도의 수리비가 들 것 같다고 해서 돈 걱정하고 있는데 이거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렌즈를 VR 기능으로 설정하고 손각대로 찍어보려고 카메라 들고 방파제로 돌아섰는데 한 30미터 전방에 세 개의 마대 더미 옆에 낯익은 삼각대가 접히지 않은 채 뉘어있는 게 아닌가. 하이고 할렐루야!! 얼른 달려가 확인해보니 멀쩡했다. 삼각대를 본 분이 주인이 찾으러 올 것을 예상하고 누가 가져가지 못하게 마대 더미에 놔둔 것 같았다. 자손 대대로 복 받으시라고 기도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삼각대 찾으려고 다시 오고 싶었나 보다. 귀가하면서 벤치에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려고 푸드트럭에 가보니 오늘은 휴무였다.  그런데 어제오늘 촬영한 등대를 가까이 가서 보니 꼭대기에 전구가 없는 무늬만 등대였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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