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부터 한라산 CCTV로 본 백록담의 바위는 하얀 석고상으로 변했고
햇볕 받은 은은한 노을빛 운해를 탄 산신령님이 아래를 굽어보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보일 것 같은 분위기는 말 그대로 그림이다.
이런 날 정상에 올라야 하는데...
그러나 오후 들어 모든 등산로가 통제되었다.
자정이 되어서 선생님이 새벽에 산행하자는 문자를 보내셨다.
5시 50분에 어리목 도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다리를 지나면서부터는 지난 25일처럼
10m 걷기도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가뿐하게 걸었다.
그건 아마 35년 넘게 한라산을 오르내리신 선생님의 정기를 2~3m 가까이에서
곧바로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선생님이 러셀 하시면서 만세동산까지 갔으나 안개는 은은해서 좋은데 숲에
내려앉은 눈의 상태가 사진답지 않아서 하산하며 숲 지대에서 소품 몇 점을 촬영했다.
사제비동산 가까이 하산하는데 부부로 보이는 탐방객을 만났다.
아주머니 탐방객 : "누구신지 모르지만 일찍 러셀 해주셔서 편하게 올라가네요."
선생님 : "제가 했습니다.
매너 좋은 분들은 250원 주시지만 모두 만원 지폐를 건네니 거스름돈 없어서
못 받곤 합니다.
아주머니 탐방객 : "그럼 캔커피라도 드릴까요?"
선생님 : "좋지요."
아주머니 탐방객 : "하나밖에 없지만 두 분이 나누어 드세요."
나 : "두 개 주셔야지 하나는 싸움 나요."
아저씨 탐방객 : "그럼, 한라봉 하나 드려."
그래서 난 어부지리로 캔커피와 한라봉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도 손해 보지는 않으셨다.
캔커피 1/2개와 한라봉은 2/3개를 드셨으니 250원은 훨씬 넘을 테니까^^ ㅎㅎ
선생님 댁에 들러 사모님께 맛있는 흑돼지 삼겹살 구이도 얻어먹었으니 사진은 몇 장
못 찍었지만 즐거운 산행이었다.
운동은 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