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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한라산의 사계

영실에서









선생님 댁에서 4시 35분에 출발하여 1100도로를 타고 영실로 향했다.

그런데 어리목 입구를 지나니 도로에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자동차 불빛에 노면이
반짝거리는 거였다.
영실 매표소까지는 조심해서 갈 수 있어도 주차장까지는 체인 없이 불가능할 거로
판단하여 1100고지 휴게소에서 차를 돌려 어리목으로 탐방하기로 했다.
위험한 S자 도로로 접어들어서는 속도를 줄이고 주차브레이크 손잡이를 올리고
내리며 운전하여 5시 30분에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했다.


바람이 잔잔하고 하늘도 맑은 데다 하현달이 별과 함께 중천에 떠 빛나고 있어서
예보대로 종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여겼는데 숲지대를 지나 사제비동산에
이르러서는 안개가 자욱하고 데크를 살짝 덮은 신설을 밟는 소리가 뽀드득뽀드득
정겹게 들린다.
윗세오름 휴게소를 지날 때 난데없이 고양이가 한 마리 다가오더니 바짓가랑이를
비비고 누워 뒹굴면서 폭풍 애교를 부리는 거였다.
배고파서 그러는 줄 알고 작은 빵 하나를 주었는데 냄새만 맡고 먹지 않는다.
입이 고급인지 아니면 사람이 그리웠던 걸까.


선생님은 멀리 앞서가셨고 난 선작지왓에서 구름이 화구벽을 흐르는 게 좋아 보여
몇 번 셔터를 누르고 영실로 뒤따라갔다.
선생님 사진으로만 보고 처음 만나는 영실의 상고대 풍경은 아름답고 찬란하다.
봄철에 상고대를 만나는 건 흔하지 않다.
햇볕이 나는가 하면 곧 구름이 밀려와 영실계곡을 넘실대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은
산악 사진을 촬영하는 즐거움이고 매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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