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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한라산의 사계

가을 백록담








지난 22일 태풍 타파TAPHA가 몰고 온 비의 양은 어리목 779mm, 아라동 603mm, 진달래밭 546mm로 백록담에는 가을에 드문 담수량을 볼 수 있었다. 작년 6월 9일 선생님과 정상에 다녀온 후 1년 3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선생님은 두꺼운 옷을 준비하시고 기온이 바뀔 때마다 갈아입으셨는데 나는 배낭이 좁아서 가을옷을 입었기 때문에 정상에서 촬영할 때 오돌오돌 떨었다. 바람막이 점퍼를 주셨지만 치아가 맞부딪치고 수전증에 걸린 사람처럼 손이 떨렸다. 한라산을 우습게 안 결과다.


9시에 하산했다. 며칠 전 발꿈치가 갈라졌는데도 약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지 않아서 내려오는 내내 면도날로 베이는 듯한 아픔을 참아야 했다. 하산길은 왜 멀고도 지루한지. 선생님도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시며 힘들어하셨다. 하산하는 우리를 보면서 가끔 탐방객이 묻는 말은 정상까지 다녀오느냐, 언제 입산했는지 등을 궁금해한다. 속밭 대피소에서 쉬는데 아주머니가 백록담 사진 찍고 내려오느냐고 묻자 내가 그렇다고 했다. 언제 올라갔느냐고 하자 밤에 올라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렇게 물어봤다.


"밤이라도 시간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정상에서 너무 떨어서 잊어버렸어요."
".....?!"


선생님 댁에 도착해서 인사드리려 차에서 내렸는데 다리에 힘이 빠져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3시 조금 넘어 귀가하여 컴에 사진 옮기고 샤워해서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저녁밥을 지었다. 어제저녁에 오늘 아침 어머니가 잡수실 밥을 같이했는데 한 그릇을 나눠서 아침과 점심에 드셨다고 한다. 요새 입맛이 없으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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