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에 이어 광치기해변에 가려고 3시 30분에 일어났다. 열사흘 달빛이 밝아 밖이 훤한데 우리 집에 살다시피 하는 고양이가 창문 너머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잡수실 아침밥을 안치고 고양이 밥을 줬다. 이 녀석은 어미 보다 애교가 넘친다. 야옹야옹 하며 머리를 문에 비비고 벌렁 드러눕기까지 한다. 4시 전에 선생님 댁으로 출발했다. 운전하면서 문득 어제 어머니가 작은 소리로 끙끙거리신 게 떠올라 마음이 불안했다. 방문을 열어서 얼굴이라도 볼 건데 그냥 나온 게 걸린다.
해변에 도착하니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어설픈 구름이 있으면 구도 설정하는 데도 제약이 따르고 거슬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깔끔하다. 이런 날의 여명은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과 수평선의 붉은 빛이 아름답다. 해 뜰 무렵이면 여행객들이 일출을 보려고 모여들고 저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우리야 여명과 일출을 촬영하려고 먼 길을 오지만, 이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여기 왔으니 참 부지런하다.
아침에 노형으로 돌아와서 선생님이 사 주신 해장국을 먹고 뜨란채 아파트에 내려드렸다. 9시가 넘은 시간에 어머니께 연락했더니 아침 식사를 하셨단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내 사진은 평범하지만 깨끗한 여명과 일출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오늘은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