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이어 다시 마라도에 갔다. 이번엔 한마을에 살면서 사진 생활을 같이 하는 기우도 동행하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맑은 날 내리쬐는 햇볕에 가을 잔디밭은 푸른 하늘과 더불어 눈이 부셨고 바닷바람은 오히려 시원하다. 사진 생활 하면서 자주 가지만 단 한 번도 무료하거나 질려본 적이 없다. 같은 데를 돌아다녀도 오래 사귄 벗처럼 편안하고 어느 계절에 찾아도 항상 정겹게 말을 걸어온다. 이따금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그리고 섬을 떠나는 사람들과 들어오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로 우리나라 최남단의 막내 같은 섬 마라도는 외로울 틈이 없다.
쑥부쟁이가 핀 너른 잔디밭도 찍고 해국과 눈 마춤도 하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등대도 담았다. 은파가 부서지는 바다엔 고기잡이배가 그림처럼 떠 있다. 선착장에 일찍 도착했지만 1시 20분에 나가는 배를 놓쳐 매표소에 연락했더니 2시 20분에 나오면 된다고 한다. 한 시간을 어디 가서 때워야 하나. 핑계에 마라도의 명물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그래도 즐겁다. 다만 4시에 병원 예약을 하신 선생님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총알처럼 차를 운전하셔야 했다. 또 탐방객 아주머니가 내게 '어르신, 지금 뭘 찍는 건가요?' 했지만 난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해국이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