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회사에서 갑자기 윤전기를 팔아서 실직한 지 무려 20개월만인
8월 3일에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사실 신문인쇄를 종치려고 했다.
손에 잉크와 오일 묻히는 건 물론이고 윤전기 소음도 싫고, 직장까지
43km의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임자이자 동료가 딱 3년만 이 일을 하고 그만두자고
조르다시피 했고, 어머니는 내가 집에서 빈둥대는 꼴을 못 보시겠다고
꾸짖으셔서 엉겁결에 다니게 되었다.
하긴 딱히 계획한 일도 없다.
사무실에만 에어컨이 있고 공장엔 대형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지만
우린 선풍기 바람 쐬지도 못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기계와 부품들을 닦다가
사무실에서 땀을 식히고,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에 일하는 설치 팀도
땀을 흘리는 건 우리와 다름이 없다.
더구나 유난히 더운 올여름에 휴무 없이 주7일 근무 하려니 삶은 고통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서 퇴근하니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쉬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잡아본 지가 꽤 되어 일몰을 촬영하려고
협재 쪽으로 갔다.
피서객이 북적거리는 협재와 금능은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옹포에서 비양도를 배경으로 평범한 풍경 사진을 찍었다.
7월 29일 애기천마와 붉은사철란 촬영 후 보름 만에 셔터를 누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