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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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2월, 처음으로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땐 윈도우가 보급되기 전이어서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에 넣고 명령어를 입력하는 도스DOS
체제였는데 무얼 배웠는지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두 달 학원에 다니고 이듬해 5월에 윈도우95 운영체제에
무려 1기가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컴퓨터와 프린터를
250만 원 주고 샀다.
같은 해에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무료 교육이 있어 윈도우,
훈민정음, 나모 홈페이지 제작 등을 배우러 부지런히도 다녔다.
그 때 한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는데
홈페이지 배울 때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고 또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고백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외눈박이 시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고 류시화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시인 1호로 삼았다.
비교적 쉬운 시어로 감성이 무딘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훌륭한 시인임에 틀림없다.
요즘 시가 눈에 들어온다.
이 시도 내 마음을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
방송에서 원로 음악평론가 김원구 선생이, 음악을 하는 사람은
문학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음악을 좋아해서 문학 서적을 안 읽는 건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