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토산리 지인 댁에 다녀오신다고 하셔서 왕복 세 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을 갔다왔다.
버스 타고 가신다는 걸 더운 날씨에 고생하실까 봐 내가 동행한다고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지난 일요일에 촬영했던 백도라지 밭에 들렀다.
좀 더 다양하게 사진을 담으려고 그때의 포인트에서 보니 시든 꽃들이 많다.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커플이 셀프 웨딩촬영을 하고 있어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백도라지 꽃이 참 좋죠?
며칠 전에 소나기 내릴 때도 커플이 웨딩촬영 하시던데 그때 분들인가요?”
“아뇨, 저흰 오늘 처음 여길 찾았어요.”
“아, 네.”
드레스와 머리띠, 풍선이 그때 봤던 것들과 닮아서 물어본 건데.
그땐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마음껏 촬영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천천히 잘
담아야지 하고는 방풍림 쪽을 바라보다 노루 출입을 막으려고 초록색 그물을
설치한 게 눈에 띄었다.
어?! 그땐 안 보였었는데...
그물과 쇠파이프가 선명하게 드러나서 촬영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꽃만 담았다.
땡볕이어서 그런지 몇 컷 안 찍었는데 땀이 흐른다.
집에 돌아와 일요일에 촬영한 사진을 확인해보니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니
그물과 쇠파이프가 있는 둥 마는 둥 하여 잘 못봤던 것이다.
한데 오늘은 햇빛을 받아 눈에 확 들어온 거고.
그래, 그날 흐리고 비 오지 않았으면 그런 사진 얻을 수 없었을 거야.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셔터를 눌러야지.
다음에 잘 찍어야지 해도 지나가면 꼭 같은 날씨와 상황이 되풀이되지는 않지.
흐리거나 비 오는 날 다시 촬영할 수도 있지만 그땐 꽃이 기다려주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