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윗세오름과 1100도로 실시간 웹 카메라 영상을 캡쳐해서 보내오셨다.
서귀포 하늘이 맑으니 저녁때 서귀포에서 보는 한라산 설경을 촬영하자고.
어제 어머니와 시장 보기로 하고 도로에 쌓인 눈이 녹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서둘러서 한림에 다녀오고 3시 30분경 선생님 댁에서 출발하여 평화로를 탔다.
도로의 눈은 가운데와 가장자리만 빼고 거의 녹아서 정상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서귀포시가 가까워지면서 하늘도 맑게 개었다.
서귀여고를 지나 목련이 피는 일방통행로에 차 한 대 세울만한 공간에 주차하고
한라산이 잘 보이는 곳을 찾다가 사람이 사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조그만
주택의 슬라브 지붕에 내 키만 한 물통을 딛고 올라가니 시야가 확 트였다.
화구벽에서 얼마간 떨어진 양옆으로 사진스럽지 않은 큰 구름이 있었지만
화면 구성한 프레임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선생님, 혹여 일몰 즈음에 저 구름이 화구벽에 걸쳐지는 건 아니겠지요?"
"설마...양심이 있지!!"
우리 대화를 들었는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난 생각지 않은 사진을 얻었다.
선생님이 먼저 내려가시고 나도 지붕에서 배꼽만큼 내려와 다리를 버둥거렸으나
발이 닿지 않아 물통 위로 살짝 뛰어내렸는데 걸쳐놓았던 뚜껑이 공처럼 튕겨
나가면서 발을 헛디뎌 물통 바깥 부분으로 미끄러지자 지켜보시던 선생님이 LTE
보다 빠른 속도로 내 발을 잡아주셔서 무사히 내려왔다.
하마터면 땅으로 떨어지거나 물통 속에 빠질 뻔했다.
수년 전 겨울에 야간산행 해서 빙판이 된 서북벽으로 정상에 올랐으나 사진 한 장
못 찍고 밧줄과 스틱에 의존해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서 줄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도 선생님이 차분하게 내 발을 잡아주셔서 안전하게 내려왔었다.
그러니 두 번이나 나를 살려주신 생명의 은인이시다.
"고맙습니다! 사진도 가르쳐주시고 목숨도 살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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