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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색

천체의 음악 - 행성 바로크 시대에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 이후에 영국은 내세울 만한 음악가가 없었는데 낭만주의 시대에 존 필드(John Field 1782~1837) 그리고 근현대에는 엘가(Sir Edward Elgar 1857~1934), 딜리어스(Frederick Theodore Albert Delius 1862~1934),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 더보기
슬라브적인 열정과 향수 -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오르간 피아노와 더불어 첼로도 넓은 음역의 악기다. 오르간과 피아노 음악의 악보는 낮은음자리와 높은음자리를 병기하지만 선율 악기인 첼로는 낮은음자리와 가온음자리 그리고 높은음자리를 번갈아 가며 쓴다는 걸 보면 이를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음역이 넓다는 건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것이기도 해서 여러분야에 걸쳐 뛰어난 곡이 많고 특히 첼로 음악의 장르에서 한 획을 그은 드보르작의 b단조 협주곡은 비발디, 하이든, 슈만, 랄로, 생상스, 엘가 등의 명곡 중에서도 왕좌를 차지하는 걸작이다. 브람스가 '이 곡을 보다 일찍 들었다면 나도 첼로 협주곡을 만들었을 것이다.'며 극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892년부터 95년까지 3년 동안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른바 '아메리카 3부작'인 교향곡 9번과 현악사.. 더보기
예술가란 - 헤르만 헤세 예술가란 속인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아주 우쭐거리며 닥치는 대로 작품을 휘갈겨대는 멋지고 결기 있는 신사들이 아니라 가엾게도 대개의 경우는 돈도 되지 않는 보물을 움켜쥐고 숨이 막힐 것 같이 답답해져 그 때문에 무엇인가를 토해 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가엾은 인간들이다. 활.. 더보기
템페스트 소나타 체코 태생의 안톤 쉰들러(Anton Felix Schindler, 1795. 6. 13~1864. 1. 16)는 베토벤의 비서 또는 조력자로 자청했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자주 베토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가 쓴 베토벤의 전기 내용은 음악학자나 평론가들에게 거의 외면받는다고도 한다. 교향곡의 .. 더보기
[詩]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 더보기
[漢詩] 酌酒與裴迪 - 王維 酌酒與君君自寬 人情飜覆似波瀾 白首相知猶按劍 朱門先達笑彈冠 草色全經細雨濕 花枝欲動春風寒 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술 한잔하면서 마음 편히 가지시게나 인정이 뒤집어짐은 파도 같은 거라네 백발이 되도록 사귄 벗도 칼을 품으며 벼슬 높은 선비도 아래를 비웃는다네 가랑비에 촉촉한 풀은 생기가 도는데 꽃가지 움트려 하나 봄바람이 차구나 세상일 뜬구름 같으니 물어 무엇 하리 편히 누워 맛있는 것 먹음만 못하다오 왕유(王維: 699∼759) : 唐의 시인으로 시불詩佛이라 불리며 수묵 산수화에도 뛰어나서 남종문인화의 창시자인 화가이기도 함. 배적(裵迪: 716?∼ ? ) : 唐의 시인이며 왕유의 절친. 왕유가 15년 아래 詩友인 배적이 진사시험에 낙방하여 실의에 빠졌을 때, 그를 불러 술 권하며 위로의 뜻을 담아 지.. 더보기
나란 무엇인가?ㅡ파스칼 <팡세> 中 내 일생의 짧은 시간이 그 앞과 뒤에 계속되는 영원 속에 '단 하루 머물렀던 길손의 추억' 처럼 흡수되어있고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작은 공간, 또한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작은 공간이 내가 알지 못하고 나를 알지 못하는 무한한 넓이를 가진 공간 속에 잠겨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내가 여기에 있고 저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두렵고 놀랍다. 왜 저곳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가, 왜 그때가 아닌 바로 이 때에 있는가 전혀 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여기에 두었는가? 누구의 명령과 지시에 의해서 이곳과 이때가 나에게 운명 지워져있는가? '나'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창가에 기대어 행인을 바라보고 있을 때 만약 내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그는 나를 보기 위해서 거기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더보기
죽마고우에게 죽마고우가 내 곁을 떠나려 한다.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이제 무거운 육신을 내려놓으려 한다. 같이 출사해서 촬영할 때는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친구가 먼저 촬영을 끝내도 가자는 말 없이 조용히 차에서 기다리고, 내가 촬영하고 싶은 데를 가자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동행해주기도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