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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색/나의 음악실

열정과 우수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이른바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분야는 물론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불멸의 작품이다. , 독창성, 작품성, 그리고 끊임없는 인기는 여타의 작품과는 구분된다. 멘델스존은 습작에 가까운 d단조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두 곡의 협주곡을 남겼지만 나머지 음악가는 약속이나 한 듯 한 곡의 협주곡을 작곡했고 조성도 모두 D장조이다. 베토벤은 바이올리니스트인 프란츠 클레멘트에게, 멘델스존은 페르디난드 다비드, 브람스는 요제프 요아힘, 차이코프스키는 요제프 코데크에게 각각 바이올린의 기교와 표현력, 연주 효과에 대하여 조언을 구한 것으로 보아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시작으로 브랜드가 기억나지 않는 야외전축이라 불리던 휴대용 레코드플레이어와 삼성과 금성의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를 거쳐 중고로 인티앰프, 카세트 데크, 튜너가 분리된 금성사의 다이내믹스 오디오 시스템을 들여놓으면서 LP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수입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고 J 오디오와 T 오디오 가게를 드나들며 조촐하지만 카운터포인트 SA-1000R 하이브리드 프리앰프, VTL 스테레오50 진공관 파워앰프, 스펜더 S-100 스피커 시스템과 테크닉스 SL-1200 MK2 턴테이블로 15년 넘게 그동안의 바꿈질 멈추고 애정을 쏟아가며 음악을 듣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음악을 들으려고 메리디안 디렉터 DAC를 구매했다. 이 시기에 오리지널 음반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수입 LP반인 오이스트라흐와 클렘페러가 연주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봤다.

 

고독과 우수의 음악가 브람스의 작품은 가을에 들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교향곡 3-특히 대중적인 3악장-4, 비극적 서곡, 헝가리 무곡 17,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삼중주 1, 피아노 오중주, 클라리넷 오중주 등은 쓸쓸함이 깊이 배어있다. 이 중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은 격정적으로 또는 텁텁하면서도 아름답게 브람스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당대의 대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의 조언을 구하며 완성한 작품으로 1879년 요아힘의 바이올린과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바이올리니스트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카덴차도 요아힘이 썼다.

 

나의 입문반인 헨릭 세링과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를 비롯한 안탈 도라티와 피에르 몽퇴의 세 종류의 음반도 좋지만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조지 셀 지휘 클리블랜드 관현악단과 클렘페러가 지휘한 프랑스 국립 방송교향악단 음원이 돋보이는데, 셀과의 녹음은 완벽에 가까우며 관현악도 교향곡처럼 중후하면서도 조형미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아름다운 음색, 선이 굵은 양감,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감성은 가벼운 바이올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오이스트라흐가 아니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예술의 깊은 맛과 위엄이 이 음반에 고스란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