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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색/나의 음악실

템페스트 소나타






체코 태생의 안톤 쉰들러(Anton Felix Schindler, 1795. 6. 13~1864. 1. 16)는 베토벤의 비서 또는 조력자로 자청했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자주 베토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가 쓴 베토벤의 전기 내용은 음악학자나 평론가들에게 거의 외면받는다고도 한다.


교향곡의 대명사 제5번의 이해를 물었을 때 베토벤은 1악장 네 음의 동기를  '운명은 이같이 문을 두드린다'고 하였다는 데서 운명이라는 표제가 붙여졌다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그렇게 불리고 유럽에서는 '교향곡 5번 c단조 작품번호 67'이라는 절대음악으로 이해할 뿐 운명 교향곡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도 음악의 뜻을 물어본 쉰들러에게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보라'고 이야기 한 데서 유래한 부제인데 신빙성은 낮지만 음악과 어울려 보이기는 하다.


오래전이어서 언제인지 가물가물 한데 우리나라의 TV 싸이코 드라마에서 중년의 여인이 가위로 스탠드 전등의 갓을 미친 듯이 자르는 장면에서 템페스트 3악장의 음악을 배경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묘한 긴장과 흥분을 느낄 수 있어 여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템페스트는 작품번호 31의 16, 17, 18번 중 두 번째 곡으로 비창, 월광과 더불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걸작이고 그 가운데 템페스트는 요즘 들어 자주 애청하는 곡이다. 이미 귓병이 악화하여 불안과 절망 속에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작성할 시기에 완성되었기 때문에 베토벤의 이러한 심리를 반영한 듯 1악장과 3악장은 태풍이 몰아치는 것 처럼 급박한 긴장이 감돈다.


고전적 조형 감이 좋은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테르, 약간 느린 템포의 서정성 짙은 에밀 길렐스의 정평있는 연주도 있지만 나는 프리드리히 굴다의 직선적인 연주가 좋다. 굴다가 녹음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32곡의 전집은 모든 곡이 최상은 아니지만 -전집이라는 게 그렇다.-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피아노가 중후하지는 않지만 쾌적한 템포에 애매한 데가 없고 단정하며 명징하게 울린다. LP 전집인 빌헬름 박하우스와 더불어 아끼는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