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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색/나의 음악실

흥겨운 빈 왈츠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19세기 들어서 유행하기 시작한 빈의 왈츠는 요한 슈트라우스와 그의 아들들 즉 장남 요한을 비롯하여 차남인 요제프 그리고 삼남 에두아르트 등 슈트라우스 일가가 작곡과 연주를 주도하였다. 그들 가운데 대표 작곡가는 아버지와 이름이 같고 왈츠의 왕이라 일컫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인데 오페레타 박쥐와 500여 곡의 왈츠를 비롯하여 폴카 등을 작곡했고 무엇보다 통속적인 빈의 왈츠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빈 왈츠에 반해 슈베르트와 쇼팽 그리고 브람스 등의 피아노를 위한 왈츠곡집은 감상용으로 작곡되었다.

 

1867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오스트리아가 패배하였고 이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빈 남성 합창단이 요한 슈트라우스에게 오스트리아 국민의 상처를 달래줄 합창곡을 의뢰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음악이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이고 후에 슈트라우스가 합창을 뺀 관현악곡으로 수정하였으며 연주 시간도 길어졌다. 현악기의 여린 트레몰로 시작되는 부분은 마치 도나우강의 발원을 연상케 하며 이어지는 5곡의 왈츠는 강물이 출렁대며 도도하게 흐르는 듯 유장하고도 흥겹다.

 

빈 왈츠의 특징은 두 번째 박자에 악센트를 주기 때문에 낭창낭창하여 더 흥겹다. 얼핏 들으면 연주하기 쉬운 거 같지만 빈의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리듬이 어색하다고 한다. 1987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빈 신년 음악회를 지휘한 잘츠부르크 태생의 카라얀은 빈 필 단원들에게 '나는 지휘봉만 흔들 테니 리듬은 여러분이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빈의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들을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독특한 리듬이다.

 

1941년 1월 1일 클레멘스 크라우스 지휘의 빈 필하모닉 관현악단에 의해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들로 연주한 것이 빈의 신년 음악회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보내온 꽃들로 장식된 빈 무지크페라인 잘의 황금홀에서 왈츠와 폴카 등이 연주되고 앙코르로 오스트리아의 제2 국가로 일컫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연주된다.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처음 한두 마디 연주되는 도중에 지휘자가 곡을 끊어서 청중을 향해 새해 인사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연주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지금까지 본 영상으로는 이런 전례를 깬 예가 없다. 마지막으로 연주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음악에 맞춰 청중의 박수와 함께 연주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끝난다. 

 

음반으로는 빈 필의 악장을 지냈고 1955년부터 1979년까지 빈 신년 음악회를 이끌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지휘한 빈 필과 빈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가 대중적이면서도 흥겨운 연주를 했다. 보스코프스키와 빈 필의 음원(DECCA)은 1957년~1962년에 녹음되어 음질이 최상은 아니지만 스테레오여서 빈 왈츠를 즐기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클레멘스 크라우스와 빈 필은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명연이나 1951년의 모노랄 녹음이니 음질은 감수해야 한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음반은 리듬이 정확하고 선율이 유려하지만 왈츠로서의 흥은 조금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