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끔 필이 꽂히는 드라마가 있는데 대부분 사극이고
어머니도 현대극보다는 사극을 좋아하시고 특히 액션 사극을 즐겨보신다.
사극이라도 애정물은 심심하다고 하시면서.
사극은 KBS 대하드라마가 볼 만하다.
불멸의 이순신, 광개토태왕, 대조영, 해신, 천추태후, 정도전 등 정통 사극의
중량감 있는 드라마를 거의 어머니와 함께 보면서 소통했다.
아날로그 브라운관 TV를 디지털로 바꾼 것도 광개토태왕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KBS 대하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무게를 두고 지도층의 갈등과
등장 인물들의 대사가 고전적이고 딱딱해서 우리 역사책을 한 권 읽는 것처럼
묵직하다.
하지만 MBC 사극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편안하고 극의 분위기를 높이는
OST가 우리 정서에 걸맞은 가락이 많다.
예로서 드라마의 내용과 오락성과 삽입곡이 좋았던 건 허준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역적은 1회 때부터 봤다.
애기 장수 길동의 엄청난 힘이 관심을 끌었지만 그 외의 내용은 평범하다.
그럴 즈음에 안예은이 부른 ‘봄이 온다면’이 귀에 들어왔고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이어 익화리의 봄, 사랑이라고, 상사화, 홍련, 새날, 길이 어데요 등
하나같이 노래가 좋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내가 가야만 했었던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
난 상사화의 이 가사가 이해되지 않았다.
길동과 가령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는데 오늘 유튜브 영상과 함께
이 노래를 들었다.
청원군의 계략으로 습격 받은 익화리 주민과 길동의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고 나서 몇 년 후 길동과 아버지 아모개 그리고 건달패가
재회하고 어느 날 둘이 산에 올랐는데 아모개가 바위에 앉은 채 숨을 거두자
길동이 슬퍼하며 아버지를 어루만진다.
“이러고... 하~... 울 아버지... 고생했소.”
라고 하는 장면부터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날에 아모개의 상여행렬을
보고서야 그 가사의 뜻을 알았다.
안예은의 청명하고 또렷한 고음이 돋보이는 이 노래를 동영상으로 듣고 보며
눈물이 났다.
매주 월, 화요일이 기다려지고 역적 보느라 일곱 달 동안 즐거웠는데
금주에 종방되어 아쉽다.
곧 OST 음반이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전곡을 이어서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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