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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색/나의 음악실

타이스의 명상곡



조슬랭의 자장가는 조슬랭이 작곡했고 타이스의 명상곡 작곡자는 타이스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바꿔 말하면 대 작곡가가 아니어서 일반 대중에게 덜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농담을 할 수도 있지만 이 곡들은 대중적이고 선율이 단순하면서도 서정적이며 아름답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아나톨 프랑스의 동명 소설에 루이 갈레가 대본을 썼고 마스네가 36장의 오페라로 만든 타이스의 유명한 명상곡은 21장과 2장 사이에 연주되는 간주곡인데 바이올린 독주의 관현악곡으로 이 오페라의 백미라 생각한다.

 

4세기 말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에 요염한 창부 타이스가 도시를 타락의 분위기로 만들어가자 수도사 아타니엘이 타이스를 찾아가서 회개시키려고 설교했고 타이스는 이에 감화되어 자신의 호화 저택을 불태우고 사막의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에 홀딱 반한 아타니엘은 수도원을 탈출하여 타이스가 머무는 수녀원으로 가 열렬히 사랑 고백을 하지만 타이스는 그의 사랑을 거부하고 서서히 죽어간다. 그녀의 영혼은 승천하고 아타니엘의 육체는 타락으로 빠진다는 게 이 오페라의 내용이다.

 

난 이 오페라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명상곡만 안다. 플루트를 배우면서 이 곡을 독학으로 연습했다. 플루트 선생님은 아직 이런 곡을 연주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지만 테크닉이 단순해 보여 불어봤다. 그러나 그게 함정이었다. 부드럽고 단순하지만 호흡이 긴 데다가 아름다우면서도 격한 부분의 표현이 만만치 않았다. 그제야 선생님 말씀에 공감했다. 눈은 익고 손은 설다는 말이 있지만 음악의 연주에서는 귀는 익고 손은 설다고 할까. 아무리 가벼운 소품이라도 나 같은 아마추어에겐 쉬운 곡이 없다.

 

카라얀의 오페라 간주곡집 음반은 서정적인 오페라 간주곡과 전주곡을 담았고 계산가 카라얀의 손끝에 정치精緻하고 유려한 선율이 전개되는 명반 중의 명반이다. 베를린 필의 악장 미셸 슈발베의 바이올린은 치명적인 달콤함으로 명상곡을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소장한 이 음반은 LP여서 고 클래식GO CLASSIC을 뒤져봐도 같은 음원이 없어 마이클 라빈의 연주로 대신하고 있다. 요절한 천재 라빈의 봄바람 같은 음색도 좋지만 슈발베의 초가을 미풍 같은 바이올린이 그립다. 카트리지가 고장인지 스피커 한쪽만 들려서 LP로 음악을 듣는 건 글렀다. CD를 구매해야 하나.